[신간] 도서출판 문학공원, 조민식 소설가 첫 소설집 ‘티그벤 세상’ 펴내

티코, 그렌저, 벤츠를 타는 사람들을 바라본 작가의 다양한 관점

 

 

디지털노마드 관리자 기자 | 도서출판 문학공원은 세종시 출생으로 충남 청양에 거주하며 2016년 계간 '스토리문학'으로 등단한 조민식 소설가가 첫 소설집 '티그벤 세상'을 펴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조민식 작가가 그동안 써온 12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는데 먼저, '어떤 굴레'는 최근 서울의 봄이란 영화로 다시금 회자되는 전두환 하나회의 만행 과정에서 일어난 삼청교육대 사건을 소시민들의 일터인 건설 현장과 결부시킨 문제작으로, 인연이라는 것과 인과응보를 말해주는 작품이다. 

 

'엔드로사이드'는 소위 말하는 쥐약을 두고 일어나는 군대 간 사이에 여자가 외로운 틈을 파고들어 농장을 차지하기 위한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죽이고 여자가 임신한 줄 알면서도 접근해 서서히 쥐약을 먹이듯 해 농장을 차지하는 것으로 배다른 형제끼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인간애적인 이야기다. 

 

'영정사진'은 생활고로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가슴 따스한 이야기다. 아버지는 숨져가지만, 가족들의 우애와 불교적 신앙심은 조민식 작가의 가족관과 신앙관을 엿보게 한다. 

 

'천사와의 사랑'은 소설 속의 화자가 꿈꾸던 시인으로 설정해 전개되는데, 어릴 적 독서실에서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수십 년 만에 미국 LA에 가서 그렇게도 그리운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러브스토리로 사랑을 행해 그리움을 이어가는 남자의 순정과 그 과정이 눈물겹다. '티그벤 세상'은 이 책의 제목이 된 소설로, 풍자소설이다. 세상에는 티코를 타는 사람과 그랜저를 타는 사람, 벤츠를 타는 사람 등 그 계층이 존재하는데, 조민삭 작가는 그들을 티코족, 그랜저족, 벤츠족이라 칭하면서 사회의 아픔과 견디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480억짜리 아이스크림'은 2022년도 스토리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던 작품으로 소설소셜 동인지의 표지 제목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꿈에 로또복권의 번호를 불러주는데, 로또복권을 살 돈을 아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해서 못 사고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바람에 480억이 날아가 버린다는 설정으로 돈을 벌고 싶은 소시민들의 소망을 잔잔히 그려낸 작품이다. 

 

'독한 여자'는 군복무를 하는 젊은이들의 사연을 그린 러브스토리다. 한수지란 여자가 남자주인공 광석에게 독하게 행동해서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는 설정으로 용어들이 젊은이들의 언어와 군대 언어 등을 섞어 쓰며 현장감 있게 묘사돼 단숨에 읽게 만든다. 

 

'은행털이'는 친구와 은행 앞에 있는 은행나무의 열매 은행알을 털러가는데, 정말 은행털이를 한 사람들과 교묘하게도 그 시간이 중복돼 억울한 누명을 쓴다는 에피소드의 설정이지만,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해주는 수작이다. 

 

'짚불'은 석유나 도시가스 등의 화석연료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짚단으로 불을 태우며 온기를 나누던 시절의 이야기로, 짚으로 집붕을 잇고, 가마니를 짜며, 기직을 만드는 등 다양하게 썼던 짚의 효용성과 재확인시키고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스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복주머니'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많이 사랑했고, 복주머니로 인해 결혼까지 했는데,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고, 어느 순간에 연세가 드셔서 복주머니 청산가리를 넣어 사지고 다니면서 언제든 어머니를 따라 죽겠다는 순정의 스토리다. 그러다 어느 설날 자손들이 모일 때 손녀딸이 복주머니를 빼앗아 보니 사탕 같은 게 들어있어서 먹게 되고, 할아버지는 손녀딸이 죽을까봐 돌을 던지게 되는데, 그로 인해 박하사탕으로 바뀐 이유가 밝혀진다는 이야기다. 

 

'솔방울'은 가난하고 힘들었던 60년대의 이야기로 산에 가서 솔방울 따다 팔아서 삶을 이어간다는 이아기다. 지금은 부지런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60년대에는 그야말로 새끼를 꼬아서 팔든, 가마니를 짜서 팔지 않으면 가난했던 소작농들은 돈을 마련할 것이 없었는데, 솔방울을 따다 팔아서 팔 남매의 가족들이 연명하고 살았다는 아픔을 기록한다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간난이'는 96세로 세상을 떠난 한 여인의 스토리로, 아마도 조민식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에서 간난이는 열한살의 나이에 생면부지의 낯선 집에 민며느리로 들어가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백수를 누리며 자손을 번성시킨다는 이야기는 조금 힘들고 조금 어려워지면 포기하고 이혼하는 세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조민식 작가는 책 속의 '책을 펴내며'를 통해 '내 소설의 소재는 가족(家族)이다. 나는 세상의 중심을 가족이라 생각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자와 손녀, 아내와 남편 등 가족은 내 소설의 단골 메뉴다. 내 소설의 주제는 가족애(家族愛)이다.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은 항상 공존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족은 누군가의 양보와 희생으로 자연스럽게 갈등이 치유되고 훈훈한 사랑이 흘러넘친다. 가족애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고 가족애가 충만해야 사회와 국가가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다. 가족의 핵심은 결혼과 출산이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빠져 급격하게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고 말한다. 

 

김순진 문학평론가는 '서문'에서 '조민식의 소설은 우리의 삶을 모방한다. 그의 소설은 우리 삶에서 일어날 법한 스토리를 선정해 기술된다, 이는 오랜 사회적 경험과 연륜, 그리고 소설가만의 특별한 시야가 아니면 기술할 수 없는 노하우다. 우선 작중 인물의 심리묘사와 환경묘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그의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이 되게 하고 그 삶 속에 녹아들게끔 현장감을 부여한다. 게다가 오랜 창작 기간은 소설 문맥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탄탄한 구성을 통해 독자의 시야를 이탈하지 못하도록 구속한다'고 평한다. 

 

전의중학교와 세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택관리사와 문학사의 이력을 가진 조민식 소설가는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소설소셜 동인, 세종문학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설집 '티그벤 세상', 동인지 '워킹맘', '480억짜리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